2008. 9. 16. 12:58

예수의 정치학 --- 김선규 님

존 하워드 요더] 예수의 정치학

Category :: 영화, 책/책


교회에서 책 바자회를 할 때 산 책입니다.
예수의 정치학, 일단 제목이 날 끌었고, 가격까지 참해 바로 질러 버렸습니다. (양장본인데 단돈 2,000원, 게다가 원래 주인이 나처럼 책을 보는 스타일인지 누군가 읽었다는 표시가 거의 없었습니다. ㅋ)
이번에 미국 여행가면서 쉬면서 읽어보자고 들고 갔는데, 실제로 가서는 노느라 못 읽고 조낸 지루했던 오는 비행기 안에서 몽롱함과 짜증과 배고픔과 불편함을 참으며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존 하워드 요더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매노나이트계의 신학자입니다. (이 사람이 아니고, 매노나이트라는 교파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분은 신학계에서는 아주 유명하죠) 매노나이트는 쉽게 말하면 재세례파이고, (그 중 가장 큰 분파이다) 재세례파는 쉽게 설명하면 종교개혁 당시 등장했던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고, 성인세례만 인정하는 분파입니다.
그들은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아, 유아세례를 받은 성인들에게 다시 세례를 줬기 때문에 재(再)세례파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세례를 또 주는게 뭐가 대수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재세례는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였기 때문에 이는 매우 커다란 특징이었죠. 게다가, 이 재세례파는 국가의 권위를 부정하고, 극단적인 비폭력을 추구하는 매우 급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더욱 다른 사람들 눈에 띄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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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우리 요더 선생님도 (요더 선생님하니까 오른쪽의 이 분이 생각나는군요. --;)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런 사상이 어떤 성경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설파한 책이 바로 "예수의 정치학"입니다. 전 왜 늘 글을 쓰면 이렇게 앞부분이 쓰잘데기없이 길어지는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예수의 정치학은 기독교의 윤리학이 가능한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노예제도, 성차별, 폭력사용의 범위, 사형제도 등에 대한 윤리적 판단의 근거가 성경에 있는가가 바로 그 물음이죠. 물론 요더 선상님의 대답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책 썼겠죠?

그런데 사실 우리가 성경을 읽어보면 저런 얘기 없잖아요? 게다가 있다고 해서 매우 보수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는거 같고, 실제로 대부분의 교회에서 그렇게 가르쳐왔구요. (그래서 요즘 우리 미욱한 백성을 선도하시느라 여념이 없으신 우리 지도층 여러분들께서 교회를 참 좋아하시나봐요) 문제는 이 두 가지 입장이 (성경의 윤리학은 보수적이다와 성경과 윤리학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입장) 우리 요더 선생님과 한 배를 탈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요더 선생님은 예수님의 말씀과 바울 선생님의 주장을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합니다. (이 부분이 약간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분이 목적을 가지고 성경을 재해석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성경을 해석하고보니 이런 입장이 나왔다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이렇게 어떤 입장이다라고 할 수 있지도 않습니다. 그저 이런 경향이 보인다 정도로 보시는게 좋을 듯 하네요) 성경의 정치적 해석이 바로 그 방법이죠. 이제 왜 윤리학에 대한 질문은 던지면서 책 제목이 정치학인지 이해가 가시죠?

이 분은 예수님은 매우 정치적으로 움직이셨고, 결국 정치적인 반대에 의해, 정치적인 방법으로 십자가에 달리셨다고 주장합니다. 또 예수님의 말씀도 충분히 정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근거들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이 분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바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바울 선생에게 흔히 하는 비판 중 하나가 노예제도와 여성차별입니다. 요서 선생님의 주장에 따르면 실제 상황은 이렇습니다. 사실 노예와 여자는 당시 "인간"으로 취급받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성경에도 보통 모인 사람의 숫자를 셀 때 여자와 어린아이는 포함되지 않지요. 그런데 예수의 복음이 이들에게 전달되었을 때, 이들은 비로서 자신이 처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사상화 된거지요. 즉, 자신도 자유인 남자와 마찬가지로 존엄한 인간임을 깨닿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바울 선생은 노예는 주인에게 복종하고,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노예와 여자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면 굳이 이 말을 할 필요가 없었겠죠. 당연한 거니까요. 이해가 되시나요? 우리가 그 동안 별 생각없이 보던 성경 본문을 한꺼플 열어 준 셈이지요. 이런 식으로 여더 선생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본문들, 우리가 그동안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던 본문들의 숨은 의미를 드러내 보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묶어 예수의 정치학에 대한 결론을 내립니다. 이 결론을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요건 스킵.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성경해석학부터 기독교인과 정치, 성경과 윤리 등 많은 것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매우 고마운 일이지요. 반면에 좀 거시기했던 점은, 이 분의 성경 해석이 너무 연역적이지 않나 라는 겁니다. 예수님과 바울의 원래 생각은 이렇다 (이 이렇다라는 생각이 결국 매노나이트적인 생각이죠) 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여기에 성경본문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단 말이죠. 물론 이 분의 성경해석은 무척이나 탁월해서 (이 분 박사학위 지도교수가 그 유명한 칼 바르트입니다. 후덜덜하죠) 아마츄어인 저는 감히 반박을 할 수는 없지만 그 뭐랄까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거죠. 결국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겁니다. 뭘 좀 알아야 책을 봐도 이해를 하고, 적용을 하죠. 좋은 책을 읽어도 가슴이 답답한게 아리송하기만 하니...

한 줄로 요약하자면, 좋은 책이라는 겁니다. 성경해석이나,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치행동 등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사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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