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1. 14:26

초등저학년에게 논술이란,

자료가 좀 지난 것이지만 매우 공감하는 내용이라 퍼 왔습니다.
우리가 초등생들에게 "논술"을 학습시키려고 할 때나 가르치는 자세나
뭔가 착각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지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학원이 문을 열고 닫는 대치동. 이곳에서 1년을 기다려도 등록할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3대 인기 학원의 유명 강사들을 모아보았다. 그들이 말하는 초등학교 논술의 비법과 방학 중 논술실력 끌어올리는 방법을 들어본다.

▶대치동 ‘문예원’ 윤신원 강사
“초등학생에게는 동화 등 문학작품 독서가 제격이에요”

논술을 잘하려면 신문 사설을 읽고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해야 한다? 윤신원 강사는 이런 편견이 논술의 기초를 쌓는 작업을 어렵게 하고 아이들로 하여금 흥미를 잃게 한다고 말한다. 그는 논술교육에서 문학적인 소양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다양한 영역의 서적보다 동화책을 우선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가장 큰 오해는 문학을 단지 감상적인 이야기로 생각한다는 데 있어요. 하지만 좋은 문학에는 역사와 철학, 종교가 다 녹아 있어요. 어려운 인문학적인 주제를 어린이들의 수준에 맞춰서 풀어갈 수 있는 열쇠가 되어주죠.”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독서의 70% 비중을 문학, 30%를 비문학에 두고, 고학년으로 갈수록 다양한 분야의 비문학 서적의 비중을 차츰 늘려갈 것을 권한다. 중요한 것은 문학을 읽을 때 단순히 줄거리를 정리하고 느낌을 얘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감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동화책도 비판적이고 분석적으로 봐야 한다. 여기서 엄마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나서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는 게 좋다.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니? 네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행동하겠니?’ 등의 질문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논리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때 엄마는 아이가 충분히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해요. 굉장히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보니, 아이가 우물쭈물하면 엄마가 먼저 ‘이걸 얘기하는 거지’하고 나서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가 조리 있게 말을 하지 못하고, 엄마가 보기에 내용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일단 아이의 관점을 수용해야 합니다. 아이가 가장 상처를 받는 말이 ‘어린애처럼 말하는구나’라는 말이에요. 엄마는 늘 ‘그럴 수도 있구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니’라고 감탄해주세요.”

윤신원 강사는 방학이야말로 좋은 책을 잔뜩 읽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아이의 수준에 맞도록 과다하지 않은 목표량을 방학 전에 잡아두는 게 좋다. 목표량을 채울 때마다 계획표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 아이의 흥미를 자극해주도록 한다.

“그보다 먼저 아이가 책을 좋아하도록 해주어야지요. 책을 좋아하기도 전에 많이 읽히려고 하면 역반응만 나타날 테니까요. 아이들은 감각적인 경험에 약하니, 독서체험에 감각을 연결해주는 게 좋아요. 서점에서 많이 열리는 작가의 사인전에 데려가 직접 사인받은 책을 읽어보게 하는 것도 좋은 계기가 돼요. 식탁이나 화장실에 책을 가져다두는 지겨운 방법보다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겠죠.”

- 방학 중 독서습관 키우는 3가지 방법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엄마가 직접 책을 읽어주는 것. 보통 한글을 모르는 유아에게만 책을 읽어준다고 생각하지만, 장성한 자녀에게도 책을 읽어주는 건 좋은 경험이 된다. 특히 문장이 아름답고 함축적인 내용, 혼자 읽을 때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내용일수록 함께 독서하는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고.

독서습관을 키우는 또 하나의 방법은 타 매체를 통해 다시 책으로 돌아오는 것. 만화나 연극,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텍스트를 다시 책으로 만난다면 어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윤신원 강사는 그중에서도 오디오북을 강력히 추천한다. 외국에서는 오디오북이 책을 읽는 새로운 방식으로 굳어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고. 요즘은 좋은 문학작품을 스타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많이 나와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당기기에도 제격이다.

“논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해서 억지로 사회적인 문제를 내놓고 의견을 강요하는 건 폭력이에요. 뉴스나 신문을 볼 때도 마찬가지죠. 아이가 재미없어 하는데 무턱대고 보면서 가르쳐서는 안 돼요.”

동화책에 비해 재미가 덜하고 어려운 내용이 많은 뉴스나 신문. 여기에 아이가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함께 봐주어야 한다. 이때 공부를 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넌 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재차 물어대는 건 금물. 편안한 마음으로 뉴스를 시청하면서 아이가 물어오는 것에만 친절히 대답해주는 게 좋다. APEC이나 우루과이라운드 등 아이가 모르는 용어들만 설명해주는 게 좋다. 뉴스는 성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기에 아이가 공부로 생각하고 본다면 버겁게 느낄 수 있다. 볼 수 있는 만큼만 보면서 우선은 익숙해지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

신문의 경우도 마찬가지. 흔히 논술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사설부터 읽도록 하는 방법은 중학생에게나 시도해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우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광고부터 시작하는 것도 무방하다. 광고, 만화, 독자가 써 보낸 글, 그 다음에 문화면으로 차근차근 나아가면 된다.

“온 식구가 다 같이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보는 것도 좋아요. 신문에 나온 사진 옆에 만화처럼 말풍선을 달아주는 것도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에요. 논술수업 중에 중요한 인사 사진에 말풍선을 다는 놀이도 하거든요. 일례로 미셸 위의 사진이 신문에 나왔더니 학생이 ‘저는 한국말을 못해요’라고 말풍선을 달더라고요. 논리적인 얘길 떠나서 자기가 생각한 의견을 표현하는 법을 익히는 좋은 방법이에요.”

나와 동떨어진 사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생각과 의견에서 시작하는 재밌는 이야기가 바로 논술이라고. 아이와 함께 재밌는 동화책을 보는 게 논술실력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치동 ‘지혜의 숲’ 주득선 강사
“논술은 생생한 ‘세상 체험’에서 시작됩니다”

“논술은 ‘생각놀이’예요. 생각의 즐거움을 알고 실생활에서 그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한다면 논술을 어려워할 이유가 없어요. 좋은 부모라면 아이가 생각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도록, 생각이 즐거워서 마구 솟아나도록 도와주어야겠죠.”

주득선 강사가 말하는 좋은 부모는 아이의 질문을 막지 않고 끌어내는 부모다. 실제로 머리가 좋고 생각이 많은 아이는 질문이 많게 마련. 어른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에서도 아이들은 기발한 질문을 뽑아낸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줄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세상엔 왜 이렇게 네모가 많아”라고 물으면 엄마는 우선 당황하게 마련. 이때 “원래 당연한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가 생각을 표현하는 재미는 반감된다.

“엄마는 아이의 질문에 ‘정답’을 얘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해요. 아이 앞에서 똑똑해 보이고 싶다는 욕심과 권위의식부터 버려야죠. 원래 아이들의 질문은 하나의 정답을 말하기가 어려워요. 그럴 땐 같이 답을 찾아보면서 아이의 생각을 격려해주어야 해요. ‘정말 세상엔 네모가 많네. 그럼 어떤 게 네모로 되어 있고, 어떤 건 아닐까’라고 되물어주는 것도 좋아요. 그러면서 아이는 보통 인공물만이 네모로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죠. 정답을 알아내지 못했어도 아이의 관찰력과 사고력이 훨씬 커지는 겁니다.”

더 좋은 부모라면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부모와 함께 해도 답을 찾을 수 없는 어려운 질문에는 그 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아이에게 가르쳐주어야 한다. 이때 아이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책을 주는 게 아이를 독서로 이끄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호기심으로 펼쳐보고 그 내용을 통해 지식이 영글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서를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아이의 질문에 대해 대신 답해줄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 미리 아이의 질문을 전문가에게 전달하고 그 대답을 듣게 해주는 것은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된다. 그 대답을 통해 자신의 사고가 존중받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질문을 하지 않는 아이들 대부분이 거절당하는 걸 두려워하고 있어요. 어릴 때 엄마가 자신의 질문에 호응을 해주지 않은 케이스죠. 엄마가 질문을 함께 풀어가며 격려해주면 하나의 독창적인 생각이 완성되기도 해요. 그렇게 피어오른 생각을 말이나 글로 풀어내는 게 바로 논술이에요.”

- 역동적으로 사고가 확장되는 여름방학
여름방학은 역동적인 날씨에 맞게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다. 휴가를 비롯한 많은 이벤트가 아이를 깨워주기 때문이다. 겨울방학에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생각을 깊이 있게 정리한다면, 여름방학에는 야외에서의 다양한 체험을 학습과 연결해주는 게 적당하다. 주득선 강사는 학년에 따라 야외의 체험과 실내의 학습을 어떻게 조화해야 할지가 다르다고 말한다.

우선 저학년의 경우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가 사고력 확장에 효과적이다. 많이 만질 수 있는 감각적인 체험이 좋고, 눈과 귀, 손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공감각적인 체험일수록 효과적이다. 작년에 큰 인기를 끈 몸속 체험관이 대표적인 예. 몸속을 돌아다니며 만져볼 수 있도록 해놓은 전시는 아이들에게 강한 호기심과 자극을 주었다.

“전시가 아니어도 좋아요. 감각적인 체험은 오히려 자연 속에 풍부하게 살아 있으니까요. 휴가철 바닷가에 가서도 몸으로 다양한 감각을 체험할 수 있거든요. 바다에 들어갔을 때, 미역을 주웠을 때,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었을 때의 느낌이 어떤지를 물어보세요. 자기만의 느낌을 정리하게 하고, 그걸 글로 표현하도록 도와주세요.”

저학년의 경우 엄마가 나서서 글을 깔끔하게 매듭지어 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자신의 글을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 글쓰기는 억압이 된다. 똑 떨어지는 말솜씨를 요구하는 것도 금물. 체험을 학습으로 이어가면서 아이를 억압하지는 않는지 늘 주의하자.

3~4학년의 경우 전시회 등 학습과 관련된 체험을 많이 다닐 필요가 있다. 전시회를 다니면서 본전을 뽑겠다는 욕심으로 하나하나 가르치고 기억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금물. 그렇다고 아이를 방치한 채 혼자 구경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가 먼저 감동하는 것. 약간의 과장된 액션을 붙여서라도 엄마가 먼저 전시물에 감동해야 아이도 관심을 갖는다.

저학년 때는 글쓰기가 감상적인 표현에 머물렀지만 이 나이에는 추상적인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개념어를 익혀야 한다. 예술과 철학, 과학과 역사를 기초나마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나이이기도 하다. 이때 아이들이 가장 수월하게 느끼는 과목은 역사다. 역사를 매개로 하면 나머지 과학과 철학과 예술의 개념어까지 풍부하게 익힐 수 있다. 특히 역사에서도 아인슈타인이나 광개토대왕 등 위인을 중심으로 익히는 게 좋다.

“위인전 한 권을 재밌게 읽고 나서, 모르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쳐보게 해요. 문화, 정부 등 추상적인 단어가 많이 나오죠. 그걸 수첩에 정리하는 거예요. 열 개 이상 정리하면 엄마가 작은 선물을 주는 것도 좋겠죠.”

고학년(5~6학년)이 되면 사회를 보는 눈을 확장해주는 게 좋다. 저학년 때는 감각적이고 감상적인 개인적 체험에 그쳤지만, 이제는 사회라는 틀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길러줄 때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역사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를테면 정약용의 전기와 그가 쓴 책을 아이와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눈 후, 전라도 광진의 다산 생가를 방문한다.

“이 여행을 통해 가족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보고서로 작성해 모르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아요.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기쁨으로 글을 쓰는 게 논술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주득선 강사가 생각하는 논술은 종이 위에 쓰기 전, 세상을 체험하고 느낀 생생한 사고다. 그 사고를 키우고 다지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 바로 여름방학이라고.


가져온 곳 : 
카페 >아늑하고 따사로운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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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햇살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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