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9. 13:26

4학년 공개수업

.앞에 올린 글에 이어^^

p.s. ^^ 아들 학교 게시판에 올리려던 시도가 계속되는 오류때문에 그만 두기로 하고 다시 읽어보니 ~ 역시 명쾌한 글인데 4학년 아동들에게는 무리일 듯하여 요즘 초등 4학년 사회교과를 좀 알려는 분들에게 (학부모 포함) 도움글로만 전하는 걸로 욕심을 내려 놓습니다.
근데, 우리 담샘께 실례의 질문이 되지 않았길 바라는데 나도 모르게 어제 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툭 튀어나온 감탄이 있었으니 ---부디 찬사로 들으셨길--- "샘! 다른 반 사회도 이런 내용에 이렇게 수업 하시나요?"

사실,  초등 국어와 수학이 예전<국민학교> 세대와 견줄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과학에 이어 4학년에서 급작스레 난이도가 점프하는 사회과목이 이 정도로 내용의 수준이 있고 통합적 완성도가 높을 줄 몰랐습니다.
내 생뚱맞은 질문에 약간 당황하시며 샘은"너무 어려웠나요?"하셔서 좀 죄송했는데 어려운 내용은 맞지만 우리 샘 정말 활기차고 잼나게 수업을 이끄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이 샘을 좋아하고 신뢰하며 샘도 아이들을 존중하고 계속 격려하시며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도록 이끄셨지요. 실력 뿐 아니라 줏대있는 교육철학과 유연한 소통의 노력이 돋보이시더군요. 아들이 초등학교 내내 계속 담임샘을 좋아하며 학교생활을 한다는 것이 정말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음은 아들이 "이야기장(작문)" 과제로 쓴 글이다. 글감은 '공개수업'

 

2009. 4. 8. 수요일

제목 : 공개수업


  오늘 공개수업을 했다. 과목은 ‘사회’였다.

  나는 무척 긴장해서 밥 먹고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 가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공개수업이 시작되었다. 조금 지난 후, 다른 애들 어머니들께서 오셨다. 또 우리 엄마도 오셨다. 더욱 긴장이 되었다. 많은 어머니들 앞에서 발표를 하다가 틀리면 어쩌나 식은땀이 났다. 그래도, 나는 계속 손을 들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나를 시켜 주지 않아 실망했다.

  오늘은 서울의 사대문과 소문을 배웠다. 성곽에 문이 많고 문 이름에 ‘바른 성품’의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문화재에 대해서 더 많이 더 넓게 알아 봐야 겠다.

처음에는 긴장되었지만 마치고 나니 괜히 우쭐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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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해 잠자리 잡느라 즐겁던 가을, 지금은 눈에서 힘을 좀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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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8. 15:27

우리 문화 "사대문" 바로알기

우리 문화와 사대문

Category :: 생각들



오늘 4-8 공개수업 "사회" 과목 내용이 넘 인상적이고 준비하신 샘과 적극 호응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우리 사대문에 얽힌 우리 문화의 중요한 내용들이 있어서 샘께서 쉽고 잼나게 풀어 주신 내용이랑 잘 맞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우리 8반 친구들이 우리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우리 역사와 문화에 제대로 자부심을 갖는 대한민국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래 봅니다. (좀 어려운 내용이지만 천천히 읽어 보세요.)




본래 글 앞의 부분 생략... (글쓴이 : 김선규님)


볼 줄을 모르니 설명을 할 수가 없는거죠. 우리 문화는 은근한 멋이 특징입니다. 내가 열 가지 말하고 싶은게 있으면 그 중 하나, 두 개만 툭 하고 꺼내놓는 식입니다.


그 단서

User inserted image
를 보고 뒤를 알아맞출 수 있어야 비로서 인정을 해주는것이죠.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연암 박지원이 친구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돈이 궁하니 돈 좀 꿔달라는 편지입니다. 사실 도도한 양반이 돈 빌려달라기 쉽지 않은데 박지원은 (이 그림이 이 분 초상입니다. 보시면 바로 성격 아시겠죠?)
돈만 꿔달라고 부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보낼 때 술도 한 병 같이 보내라고 합니다. 이 편지를 받은 친구는 술은 빼고 돈만 보내면서 이렇게 답을 합니다. "세상에 양주의 학이란 없는 법이지요"

바로 요게 묘미입니다. 이 친구가 말한 "양주의 학"이 뭔지를 알아야 수준있는 대화가 되는겁니다. "양주의 학"은 유래가 이렇습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서로 소원을 말하는데, 어떤 이는 돈을 벌기를 원하고, 어떤 이는 양주의 지사가 되기를 원하고 (양주는 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 중에 하나지요, 운하가 있어서 뒷돈도 많이 들어오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저 친구는 요즘 말로 하자면 서울 시장 하고 싶다는 얘기지요), 또 어떤 이는 학을 타고 하늘로 오르고 싶다 (신선이 되고 싶단 얘기겠죠?)고 얘기합니다. 그러자 마지막 친구가 말하길, 난 10만관의 돈을 허리에 차고, 학에 올라 앉아 양주의 하늘로 오르고 싶다고 얘기를 합니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싶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양주의 학이란 세상에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건 없다는 말이지요. 결국 돈은 꿔줄테니 술은 다음에 마셔라란 뜻이 되는 거지요.

숭례문도 마찬가지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숭례문은 물론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건물이지만, 그 아름다움보다는 그 뜻이 더 멋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사대문은 동양적인 이상을 구현하고 있는데, 그 숨은 의미를 곱씹어 볼수록 선조들의 멋스러움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동양에서, 특히 유교적인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이상은 다섯 가지로 요약이 되는데 이걸 일컬어 '오상(五常)이라고 합니다. 흔히 얘기하는 '仁', '義', '禮', '知', '信' 이지요, 이걸 조금 더 확대시키면, 캡핀 플레닛의 나무, 쇠, 불, 물, 흙이 되고, 푸른색, 붉은색, 흰색, 검은색, 누런색이 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되고,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걸 가지고 우리 나라의 사대문을 살펴보면 이렇게 됩니다.

먼저, 흥인문(興仁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짊을 나타내는 문입니다. 방위상으로는 동쪽이고, 색깔은 청색이며, 계절로는 봄이 되닙니다. 사람의 일생으로 보자면 어린 아이의 시절이죠. 그럼 왜 동대문을 어짊을 일으키는 문이라고 했을까요? 봄이 되면 모든 생명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10달의 기다림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옵니다. 어질다라는 것은 보살핌을 나타냅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살핌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만물의 소생을 보살핀다는 뜻에서 어짊을 일으킨다라고 한 것입니다. 봄의 가장 특징적인 색은 그래서 청색이고, 오행상으로는 나무와 짝을 이루는 것입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천지는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수풀이 무성해지고, 풀들은 꽃을 피우고, 온갖 곤충들이 애벌레에서 성체로 변합니다. 사람은 어린아이에서 벗어나 청소년기로 들어섭니다.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개념입니다. 우리가 매일 요즘 애들 욕하는 이유가 뭡니까? 개념없다는 것이지 않습니까? 인간 말고는 모든 천지만물이 개념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나무와 풀과 동물과 곤충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성장하지만 정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자라야 할 만큼 자라고, 제 때에 태어나고, 제 때에 열매를 맺습니다. 그래서 남대문을 숭례문(崇禮門)이라고 합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정도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예를 숭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내 안에 힘이 가득하기 때문에 계절로는 여름이고, 가장 에너지가 많은 남쪽이 그 방위이고, 뜨거움을 상징하는 불과 어울립니다. 당연히 어울리는 색은 붉은 색이지요.

가을이 되면 자신이 봄, 여름 동안 한 일을 가지고 평가를 받습니다. 가을은 평가의 계절이고, 옳고 그름을 나누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서대문은 돈의문(敦義門)이라고 합니다. 의로움을 도탑게 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아직 이 나이가 안되봐서 잘은 모르지만, 인생의 가을, 즉 중년이 되면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이 의로움, 옮고 그름을 가리는 냉철함이 아닐까합니다. 그 전에는 사실 뭔가 부정을 저지를 위치가 아니기 쉽지요.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되고 힘이 있어야 비로서 딴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방위로는 서쪽이고, 색은 희며, 오행 중에는 가장 날카롭고 단단한 쇠와 연결이 됩니다.

겨울은 내년 봄을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을 이해해야만 비로서 대비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겨울을 상징하는 북대문은 홍지문(弘智門)이라고 합니다. 지식이 넓어지는 문이라고 한 것인 이때 비로서 인생의 모든 시기를 거쳐 비로서 자신의 세계가 넓어지고, 사물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혜를 뜻하는 물과 어울리고, 깊음을 뜻하는 검은색과 짝이됩니다. 방위는 북쪽이지요.

우리 선조들은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것이 '믿음'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가운데 자리에는 '信'이 오게 됩니다. 사계절이 수천년 동안 끊임없이 계속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가장 중심에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믿음은 오행 중에는 가장 근본인 땅에 해당이 되고, 누른색이 이것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황제만이 누른색옷을 입을 수가 있었습니다. 나라의 근본을 상징하는 황제만이 입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런 상징성때문에, 사대문 중앙에 바로 보신각(普信閣)이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문화는 그 이면을 이해해야만, 그 상징성을 이해해야만 비로서 그 진가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문화를 배우고 익힐 필요가 있는 것이죠. 우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다른 문화를 이해하겠습니까? 우리 문화를 존중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문화를 존중하겠습니까? 좀 배웁시다.


p.s. ^^ 아들 학교 게시판에 올리려던 시도가 계속되는 오류때문에 그만 두기로 하고 다시 읽어보니 ~ 역시 명쾌한 글인데 4학년 아동들에게는 무리일 듯하여 요즘 초등 4학년 사회를 좀 알려는 분들에게 (학부모 포함) 도움글로만 전하는 걸로 욕심을 내려 놓습니다.
근데, 우리 담샘께 실례의 질문이 되지 않았길 바라는데 나도 모르게 어제 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툭 튀어나온 감탄이 있었으니 ---부디 찬사로 들으셨길--- "샘! 다른 반 사회도 이런 내용에 이렇게 수업 하시나요?"

사실,  초등 국어와 수학이 예전<국민학교> 세대와 견줄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과학에 이어 4학년에서 급작스레 난이도가 점프하는 사회과목이 이 정도로 내용의 수준이 있고 통합적 완성도가 높을 줄 몰랐다.
내 생뚱맞은 질문에 약간 당황하시며 샘은"너무 어려웠나요?"하셔서 좀 죄송했는데 어려운 내용은 맞지만 우리 샘 정말 활기차고 잼나게 수업을 이끄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아이들이 샘을 좋아하고 신뢰하며 샘도 아이들을 존중하고 계속 격려하시며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도록 이끄셨다. 실력 뿐 아니라 줏대있는 교육철학과 유연한 소통의 노력이 돋보이셨다. 아들이 초등학교 내내 계속 담임샘을 좋아하며 학교생활을 한다는 것이 정말 정말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