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8. 21:06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생태적인 식생활 --- 임락경

최선을 다해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들,

생각을 하고 꾸준히 질문하며 겸허히 배우는 사람들의 거저 나누는 지혜가 있어

나도 귀기울여 봅니다.

그닥 부지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못해 늘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많은 일상이지만

잘 듣고, 선택해야 할 제안들에 대해 고민하고 배워보려 합니다.

출처;  링크된 <풀무학교생협>의 자유게시판에서 퍼온 글

         그 곳에서는 순수한 정성과 사명의 수고가 녹아든 유기농 먹거리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생태적인 식 생 활

< 목 차 >

Ⅰ. 머리글

Ⅱ. 본문

1. 우리 병 우리가 고친다

1) 아이는 배꼽으로 난다

2) 어미젖과 소젖

3) 출산 준비물

4) 옛날에는 산부인과 없었다

5) 철모르는 것

2. 얼굴 없는 병, 아토피

1) 이상한 알레르기

2) 아이가 흙을 피한다.

3. 자연과 함께하는 유기농 전통식생활

1) 발효식품

2)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Ⅲ. 맺는 글

Ⅰ. 머리글

짐승은 말도 못하고 사람보다 지능이 낮다고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먹을 것과 먹지 못할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 있다. 사람도 자연과 가깝게 살면 그러한 감각이 살아나고 예민해질 것이다. 사람 중에도 특히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예민한데,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먹이문제가 심각한 지경까지 왔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식생활은 모태로부터 시작된다. 지난 5월 5일, 함께 살다가 결혼해서 경산으로 이사 간 젊은 부부의 집을 찾아갔다. 그 집 아이가 4살인데 엄마에게 하얀 물을 달라고 조른다. 엄마는 아빠에게 달라고 하라고 아빠는 엄마에게 미룬다. 알고 보니 하얀 물은 우리가 보통 마시는 맑은 물이었다. 아이가 집에서 보리차만 마시다가 참 물맛을 알고 보리차가 아닌 ‘하얀 물’을 달라고 울어댄 것이다.

아이들의 식성은 엄마가 임신 했을 때 즐겨먹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옛날에는 산모가 임신을 하면 식성이 좋아져 많이 먹었다. 그러나 요즘은 임신을 하면 구토를 오래 한다. 그 작은 생명체가 온전한 사람 모습으로 성장하려면 엄마가 잘 먹어야 되는데 구토를 한다는 것은 먹어선 안 될 음식이 몸에 들어오기 때문이고 들어오지 말라고 토해내는 것이다. 구토를 많이 하는 임산부들은 자연식으로 바꾸면 구토를 안 한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식생활을 위해 첫째, 아이들 식탁을 바꾸기 전에 임산부의 식탁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 둘째, 우리를 둘러 싼 환경으로 인해 아이들의 신체 외부로 나타나는 아토피피부염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셋째,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유기농 전통 식생활에 대해 알아본다. 사레 발표는 지역의 마을이 환경농업마을로 선정되고 우리 지역 광덕초등학교를 2003년부터 유기농식사로 바꾸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Ⅱ. 본문

1. 우리 병 우리가 고친다

1) 아이는 배꼽으로 난다(1)

어릴 때 할머니께 애기가 어디로 나오는지 물었더니 할머니께서 한참 망설이다가 배꼽이라고 하셨다. 그 때는 배꼽으로 날 때가 아니었는데 어른들이 예언을 하신 것 같다. 지금은 갈수록 배로 낳고 심지어는 수술자국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확인시켜주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는 계속해서 배꼽 밑을 찢고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임신 중 빨리 키운 음식을 먹기에 그렇다.

나는 1972년부터 양계장을 몇 번 했다. 보통은 병아리가 6개월 되어야 1.5Kg 나가는데 그 때 병아리를 길러보면 1.5kg 되도록 기르는데 최소 50일 걸렸다. 요즈음 양계장 하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30일 걸린다고 한다. 6개월 걸려 커야 될 닭이 1개월 만에 크는데 고속성장을 위해 사료에 성장촉진제를 섞여 먹인다. 1개월 걸려 키운 뒤 마지막 출하 전 1주일에서 10일 간 각종항생제, 성장촉진제를 제거한 사료를 먹여 보건복지부의 잔류성분 기준에 맞춘다. 이 사료를 먹이면 몇 일간 닭이 크지 않으니 양계장에서 이익이 없어 다수의 양계농가에서 그나마도 지키지 않고 그대로 출하한다. 이런 닭고기를 임산부가 먹으면 아이가 뱃속에서 빨리 커서 자기가 들어갔던 좁은 문으로 나올 수가 없어 배꼽 밑을 칼로 찢고 나오게 된다.

닭뿐이 아니다. 돼지도 마찬가지고 소도 마찬가지다. 수입고기도 그렇다. 주요 수출국에서 배워 온 축산기술이기 때문이다. 양계, 양돈, 양우, 양어 모두가 마찬가지다. 고기만이 아니다. 과일 채소도 그렇다. 보통 임산부는 겨울에도 수박을 찾곤 하는데 일조량이 적은 겨울에 빨갛고 단 맛을 내며 성장을 도우는 약품을 쓰게 된다. 더욱이 요즈음은 농산물을 규격화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어떻게 규격화시키겠다는 것인가. 농산물은 크고 작은 것을 그대로 먹어야 된다. 소비자들이 큰 것을 찾고 큰 것은 가격을 더 주니 농민들이 크게 키우려고 한다. 크게 빨리 키우려고 먹는 음식에 장난을 치는 농민들도 잘못이지만 큰 것 좋아한 소비자들도 잘못이다.

열매채소도 그렇고 과일도 그렇다. 또 겁나는 것은 뿌리채소다. 양파나 마늘, 당근 등 큰 것을 좋아하니 크게 키우려고 약품을 쓴다. 임신 중에 먹는 채소, 과일, 어육류, 곡식을 통해 태아는 많은 양의 성장촉진 약품을 흡수하여 점점 커지고 수술하지 않고는 나올 수가 없다.

또 놀라운 것은 옛날에 없었던 신생아의 황달문제다. 요즈음은 아이를 낳으면 눈이 노랗다고 한다. 그리고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이 아이를 검사한다고 난 지 2-3일된 아이 등골에서 주사기로 골수를 빼서 검사를 하는 것이다. 모유 3일간 안 먹이면 고쳐질 것을 가지고 요란을 떤다.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어떤 이는 그래도 모유 먹이는 운동을 해야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모유를 먹이려면 먼저 모유를 먹일 어미가 자격을 갖추어야 된다. 임신 중에 독이 있는 가공식품을 식성이 당기는 대로 먹으니 아이가 뱃속에서 간이 좋지 않아 눈이 노랗게 되어 황달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수유 중인 엄마의 음식섭취를 통해 모유에서도 독이 섞여 나오니 황달이 낫지를 않고 의사는 모유 끊고 우유 먹이자고 한다. 어떤 기특한 아이는 아예 젖을 빨지 않는다. 소젖이 사람 젖보다 좋다는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면 소나 염소보다 좀 나은 식생활을 하지는 이야기다.

이렇게 제대로 되먹지 못한 아이들이 나오면 20일 만에 소리를 듣게 되는 아이가 3일도 못 되서 귀가 틔어 깜짝깜짝 놀란다. 요새 엄마들은 20일 만에 귀가 틔는 줄도 모른다. 그리고 100일이 지나야 눈을 맞추고 웃어야 되는데 한 달 만에 웃는다고 좋아한다. 아이가 첫돌 지나면 일어서 한 발짝 걸어야 되는데 첫돌 된 아이가 달음질치고 다닌다. 이제 미운 일곱 살이란 속담은 없어져야 된다. 세 살만 되면 미운 짓 다하고 크니 말이다. 아이가 8살이 되면 1 2 3 4…를 쓸 줄 알아 초등학교에 보내게 되어 있다. 그러나 요즈음은 유치원에 가기 전에 구구단 줄줄 외워 쓰기도 하고 거꾸로 외우고 점점 영특해져 집집마다 천재동이가 태어난다. 집집마다 신동들이 나온다. 이것은 임신 도중에 엄마가 성장촉진제 든 음식을 먹어서 그렇고 또 태어나서도 성장 촉진제 든 음식 먹고 그 젖을 아이에게 먹이니 아이들이 빨리 자라는 것이다. 빨리 자라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할 것은 없으나 이 아이가 빨리 늙을 것이 걱정이다.

신생아의 태열도 그렇다. 어떤 아이가 선천성 태열로 얼굴에 열이 있고 붉고 또 밤이 되면 전신에 반점이 생긴다고 한다. 아이 엄마에게 임신 중에 인삼을 먹었냐고 했더니 삼계탕을 좋아했고 지금도 먹는다고 한다. 임신 중에 열나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열 많은 아이가 태어나고 계속 열나는 음식을 먹고 젖을 먹이니 아이가 열을 얼굴로 발산하고 피부로 발산해서 가렵고 울고 잠을 못 잔 것이다. 어떤 이는 임신 중에는 그런대로 음식을 조심하고 담배도 끊고 커피도 끊다가 아이를 낳자마자 지금까지 먹지 못하고 1년간 참았던 음식을 막 먹어대고 담배도 피우는 사람이 있다. 엄마가 커피 먹고 아이 젖먹이면 아이는 잠 못 잔다. 엄마가 맵게 먹으면 젖도 매워 아이가 배가 아프고 잠 못 자고 똥구멍까지 빨갛게 되어 아이는 울며 밤을 샌다. 엄마가 담배 피우고 젖먹이면 아이가 기침한다.

몸에 좋다는 음식도 많이 먹으면 출산 후에도 태아에게 중독되어 아이가 크면서 좋은 것만 찾다가 성인병 걸리기 쉽다. 옛날에는 모두가 자연식이었지만 그 때도 임산부에게 금기 식품이 많았다. 오리고기 먹지마라, 손가락 발가락 붙어 나온다, 개고기 먹지마라, 삐뚤어진 과일 먹지 마라, 굽은 생선 먹지마라, 과일을 먹을 때도 위에서부터 비어 먹어라, 바로 앉아 먹어라, 누워서 먹지마라…. 요즘 임신부들은 혐오식품에 공해식품, 가공식품이 추가된다. 부모의 유전자 정보에 기억된 가공식품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제발 임신 중에 만이라도 자연식을 해야 된다. 유기농 식품이 비싸다고 하지 말고 병원에 갖다 줄 돈이면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다. 10개월이라지만 280일이고 임신인 줄 알아차린 날로부터 200일 정도만이라도 유기농산물 자연 식품을 먹어야 된다.

2) 어미젖과 소젖(2)

며칠 전 TV에서 모유 먹이기를 장려하는 방송이 연속 있었다. 사람 새끼에게 먹일 가장 완전한 식품은 짐승 젖인 ‘우유’가 아니라 사람에게 나오는 ‘모유’라는 사실은 긴 설명이 없어도 모두 이해할 줄로 안다. 짐승 젖은 그 짐승이 발육 성장하는 데에 적절한 먹이를 먹고 만들어 나오게 되어 있고 사람 역시 사람에게 필요한 양분을 먹으며 성장하게 되어있다.

내가 자랄 때는 우유를 구경도 못했다. 그 때도 누구나 젖이 풍부한 것은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먹지 못해서 젖이 모자랐고 잘사는 집에는 젖이 남아서 서로 나누어 먹이기도 했다. 나의 형님 큰딸이 나보다 10살 아래다. 형수씨는 젖먹이 아이를 두고 남의 품앗이를 가신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낮 10시가 되면 동생, 조카들을 업고 밭고랑으로 쉬는 시간에 모인다. 아이들 젖먹이는 시간이다. 젖이 많은 집 아이는 먹다 배불러서 젖이 남았다. 좀 더 큰 아이는 엄마 젖만 가지고는 모자란다. 이웃집 아주머니, 형수씨, 할머니 젖 나누어 먹고 나면 배고픈 아이도 만족하고 젖 많은 엄마들은 유방을 비운다.

3년 전 큰누님과 그 누님의 시누이가 우리 집에 오셨다. 그 누님 시누이는 우리이웃 친척집으로 시집을 와서 먼족간 형수씨도 된다. 말하자면 누님 집에 가면 사돈이요, 우리 집안에서는 형수씨다. 그 사돈 형수씨 말씀이 내가 어릴 적에 그 젖도 얻어먹고 컸다는 것이다. 참 아랫것들은 예의도 모르고 몰상식하게 컸다고 하겠으나 우리 서민들은 그렇다고 소젖 짜서 플라스틱 호스 거쳐먹고 자라지는 않았다. 참 이상한 것은 젖은 출산 후에 적게 나오다가 아이가 크면 많아져야 될 텐데, 처음에는 많이 나와 젖이 남고 지나면서 양이 적어진다. 또 젖은 초유 때와 중간이 다르고 아이가 첫 돌이 지나면 젖의 성분이 또 달라진다. 젖이 적어지면 젖만 의지하지 말고 다른 것도 먹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빨리 젖하고 멀어지라는 뜻인 것 같다.

이제 이유식 문제다. 옛날에는 이유식이 없었다. 죽 끓여 먹이다가 그냥 밥을 먹였다. 소젖 빠는 것도 모자라 밥 먹을 때 되서 까지 부드럽게 갈아놓은 것으로 다시 빠는 기간을 늘리고 있다. 몇 년 전 안양에 여자친구 집에 갔을 때 친구가 고등학생 아들을 인사시킨다. 어릴 적 우리 집에 데려왔는데 아무리 우유를 먹이려 해도 아이가 울기만 하고 소젖을 먹지 않았다 한다. 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때 내가 이 아이가 빨기 싫어해서 그런다며 소젖에 뭔가 먹을 것을 부셔 넣어 숟가락으로 떠먹이니 잘 먹었고 그 길로 소젖을 떼었다 한다.

아무튼 소젖이고 사람 젖이고 너무 오래 먹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 아이가 젖을 빨고 있을 동안에는 임신이 안 된다. 첫 돌이 지나면 아이들은 빠는 것보다 씹고 싶어 한다. 따라서 아이가 밥을 먹고 수유가 중단되면 임신이 되어 형제간에 두 살 터울이 자연스러웠다. 그때도 가끔 연년생이 있었는데 엄마가 젖먹이는 것을 실패했을 경우에 생겨났다.

아이들이 자라려면 지방질이 필요한데 요즈음 아이들이 먹는 소젖은 지방질을 뺀 탈지유다. 지방질을 빼낸 소젖을 아이에게 먹이니 아이들이 감기가 잘 걸리고 늘 콧물이 나서 코받이를 해야 한다. 모유를 못 먹이고 어쩔 수 없이 소젖을 먹일 바에는 지방을 빼지 않은 전지분유를 먹였으면 한다. 그래야 아기들이 감기도 없고 콧속이 헐거나 입 주위가 헐지 않는다. 그런데 지방을 빼지 않은 소젖을 먹이면 애들이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지분유의 양을 조금씩 늘려가며 15~20일 정도면 완전히 바뀐다. 그리고 쓸개 액을 약간 먹이면 된다.

이유식의 좋은 점은 아이들에게 잡곡을 골고루 섞여 먹이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다 우유, 그것도 지방질을 빼낸 소젖을 섞거나 설탕을 섞는 것, 그리고 수입 유전자 식품을 섞어서 빨아먹는 기간을 늘리는 것은 좋지 않다. 그냥 죽 끓여 먹이고 밥 먹이면 된다.

그러나 오늘날 산업사회는 아이에게 젖먹이는 일을 권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젖병 의지하지 말고 모유 먹이는 기간을 1년으로 계산하고 가능한 대안을 생각해본다. 우선 각 학교마다 영아 돌보는 시설을 만들어 놓고 아이 가진 선생님들이 아이를 업고 출근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육사 선생님께 아이를 맡기고 2시간 끝나고 젖먹이고 점심 때 젖먹이는 것이다. 각 관공서마다 있어야 되지만 만약 아이 가진 직원이 몇 명 안 되면 학교, 경찰서, 우체국 합해서 한 개의 시설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편집하는 출판사에도 인쇄소와 이웃 회사와 아이 가진 엄마들이 주도해서 분유 값 모아서 방세 주고 보육사 월급주면 되겠다. 특별한 자격 없어도 아이 한 명이상 키운 경험 있는 사람 중에 일정한 양성교육 받고 하면 부담 없다.

산업사회 에서는 더욱 하기 쉬운 일이다. 아무 시설 없는 농경사회 에서도 가능한 일을 우유 회사 몇 개 때문에 전 국민이 어미젖을 못 먹고 소젖을 먹으니 한심한 일이다.

3) 출산 준비물(3)

어린 아기를 안고 환경 교육에 참석한 부부가 있었다. 부부도 건강하고 아기도 어르니 눈을 맞추고 웃는다. 100일이 지났느냐고 하니 그렇다고 한다. 아기 엄마가 얼굴에 아직도 산후처리 잘못한 증거로 부기가 있었다. 늙은 호박을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늦게라도 호박을 먹으라고 했다.

예수님 출산 준비물은 달랑 헛간의 구유로 족했으나 자라며 강하여지고 지혜도 충족하고 하나님의 은혜가 그 위에 있었다.(4) 석가도 모친께서 외가에 가다가 길가에서 낳으셨으니 출산준비랄 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히브리 여인과 인도 여인들과는 다르니 준비는 있어야 하겠다.

첫째, 미역이다. 미역은 피를 맑게 한다고 해서 줄곧 먹어 왔다. 어떤 서양의사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그냥 산모는 매일같이 미역만 먹어야 했고 먹고 나면 효과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산골에 혼자서 살아도 애 낳을 때가 되면 미역만은 준비해야 한다. 한 주간은 산모는 매일같이 미역국을 먹었고 첫 번째 이렛날은 온 식구가 같이 미역국을 먹는다. 두 이레, 즉 두 주간은 대충 지나고 세 이레 날, 즉 삼칠일이 되는 날도 온 식구가 미역국을 같이 먹고 이날은 금줄도 걷고 산모는 정상적으로 활동해도 되고 아기는 온 식구나 이웃에 공개한다. 이 때는 산모와 아이 모두 어느 정도 면역을 얻어 활동할 수 있게 되고 아이는 귀가 틘다.

그러나, 산모가 건강을 회복 못하거나 아이에게 이상이 있으면 다시 다섯 이레까지 연장하고 그때도 건강회복이 안되면 7․7일, 즉 49일까지 연장하고 그 때까지 회복을 못하면 이제는 산후 행사는 마감을 한다.

그런데 미역국에 들어간 재료가 문제다. 옛날에는 미역국에 소고기를 넣지 않았다. 가난한 생활에 소고기가 있을 수도 없었지만 있어도 산모에게 고기를 먹이지 않았다. 산모가 먹은 음식이 젖으로 나와 아기가 빨아 먹으면 그대로 음식 습성이 되어 아이가 고기만 좋아하고 나중에 고기 안주면 밥을 안 먹는다. 소고기, 닭고기, 조개도 아니다. 재래 간장에 맑게 끓였는데 남쪽지방에서는 쌀뜨물에 끓이기도 하고 들깨를 갈아 넣고 끓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서양 의학이 들어오면서 소고기를 넣어 끓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산모가 소고기 먹으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먹어보니 아무 이상이 없어 그대로 먹어왔고 지금은 아예 소고기 미역국이 전통음식처럼 되어 소고기가 없으면 미역국 끓일 생각도 안한다. 무조건 소고기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소가 무얼 먹고 어떤 과정에서 자랐는지를 살펴야 한다.

소를 기르다 보면 건강하고 씩씩한 소를 팔게 되지 않는다. 병든 소나 약한 소를 팔게 된다. 도살장에서 수의사 검증과정을 거치지만 오히려 건강한 암소 잡을까봐 검사를 한다. 이 소가 암소면 몇 년 지나서 잡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느냐 숫소도 잡을 수 있을 만큼 나이가 되었느냐에 중점을 두고 오히려 늙고 약한 소는 빨리 검증을 해준다. 지금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옛날에 구 정치 때 잠깐 그랬다는 것이다.

수입소고기 또한 그렇다. 넓은 평야에서 맘껏 뛰어다닌 소라지만 냉동육으로 되어온다. 고기는 아무리 싱싱한 고기라도 냉장고에 1주일 넣어 놓으면 맛이 변하고 3주가 지나면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없다. IMF 때도 3년 먹을 소고기가 저장되어 소고기 값이 오르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미역국에 수입소고기 넣더라도 산모가 먹을 미역국에 수입소고기 들어가는 것은 말리고 싶다.

둘째로 호박을 준비해야 된다. 호박에 벌꿀을 넣어 삶아 먹으면 산모의 부기가 빠진다. 호박 먹은 만큼 호박만한 얼굴의 부기가 빠져 나간다. 얼굴 뿐 아니라 전신의 부기가 빠진다. 호박이 이뇨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늙은 호박이어야 된다. 호박은 저온창고에서도 저장하기가 힘들다. 추워도 안 되고 더워도 안 된다. 늙은이가 살 수 있는 온도라야 된다. 안방보다는 사랑방 소죽 끓인 방에서 보관이 더 잘된다. 가난한 집에서는 겨울 넘기기 힘들고 양옥집이나 조립식 부잣집에서도 힘들다. 흙집이나 돌집, 나무집에서는 3년간 보관할 수 있는데 가끔씩 뒤집었다 바로 두었다 해야 된다. 속에서 씨앗이 싹이 트기 때문이다. 보통 늙은 호박이 겨울을 넘기면 봄에는 썩는다. 여름까지 보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아기를 늦가을, 겨울, 이른 봄에 낳아야 된다. 옛날에는 에어컨이라는 찬바람 나는 기계가 없어서 여름에 아이를 낳지 않았다.(산모 방에 찬바람 나오는 기계를 켜놓으라는 뜻이 아니다.)

그리고 호박은 꼭 먹어야 되지만 비료, 농약 안한 호박을 미리 구해 두어야 된다. 애 낳은 후에 구하지 말고 미리 구해 둬야 한다. 임신 중 10개월을 아이가 태어날 것에 준비하는 기간이다.

셋째로 문어를 들 수 있다. 호박만큼 이뇨효과가 있다. 붉은 색깔을 띤 피문어라야 한다. 이것은 미리 준비 안 해도 된다. 해변이나 노량진 수산시장, 가락동, 구리시장에도 있고 각 지방 수산시장에는 다 있고 값도 싸다. 꼭 크고 비싼 것 찾지 말고 작아도 된다. 몇 천원 가지 않는다. 아주 큰 것은 몇 만원 가지만 그럴 필요 없다. 물 많이 붓고 삶아서 물을 마시면 된다. 짜지 않게 희석시켜 마시고 고기를 먹어도 된다. 옛날에는 젖은 문어, 산 문어 구하기가 어려워 말린 피문어 미리 사두었다. 장날이나 있고 5일장이라서 미리 사두었으나 급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출산 후 3-4일 지나서 먹어도 된다.

셋째, 벌꿀이다. 벌꿀은 산모가 그냥 먹어도 되고 호박과 함께 달여 먹는다. 호박만 먹으면 맛이 없는데 벌꿀을 넣으면 맛도 있고 호박과 벌꿀은 조화가 이루어진다. 산모가 꿀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추위를 타지 않는다. 꿀 먹은 엄마 젖 빨아먹은 아이가 땀을 흘리면 피부가 고와지고 부드러워진다. 감기도 안 걸리고 호흡기도 좋아진다. 여기서 또 조심할 것은 어떤 꿀이냐 하는 문제다. 진짜 꿀이냐, 가짜 꿀이냐. 가짜도 설탕 넣은 꿀이냐, 설탕 많이 넣은 꿀이냐, 설탕도 안 들어간 가짜냐가 문제다. 꿀을 첫 번째 아기 목욕시키기 전 전신마사지 해주면 한평생 피부가 부드러워진다. 전신에 발라주고 포대기에 싸두고 1-2시간 지나면 좋다.

벌꿀은 식별방법이 별로 없다. 꿀 파는 이들이 물에다 넣고 육각 찾는데 설탕 먹인 꿀도 육각이 된다. 흘려보면 꿀에 방울이 맺는데 설탕 먹인 꿀도 방울이 맺는다. 겨울에 굳고 여름에는 녹으나 설탕먹인 꿀도 겨울에는 솔아 고체도 되고 진짜 꽃에서 물어 온 꿀도 겨울에는 고체가 된다. 순수한 아카시아 꿀과 밤꿀만 겨울에 굳지 않으나, 아카시아 꽃 필 때 찔레꽃도 피고 단이슬(甘露)도 내려 섞이면 굳기 때문에 구별하기 힘들다. 어설픈 상식을 가지고 구별하지 말고 꼭 믿을 만한 사람 통해서 구해야 된다. 꿀은 부자간에도 속인다고 하지만 남남끼리도 속이지 않는 꿀도 있다. 꿀은 꿀보고 사지 말고 사람보고 사야 된다.

우유나 이유식에 벌꿀을 연하게 섞어 주면 좋다. 그러나 사람이 원래 소젖 먹고 크게 돼있지 않았다. 사람 젖도 궁중의 왕비, 대비, 공주나 대부 집안에서는 유모 두는 편이 낳다. 좋은 음식만 골라먹고 편식하며 사는 벼슬아치 마누라 젖보다 서민 젖으로 먹이는 편이 좋으니 유모 두어야 아이가 건강하다.

4) 옛날에는 산부인과 없었다.(5)

내 고향 건너 마을 순창군 풍산면 승입리에 꺼꾸리네가 있었다. 그 집 어른 이름이 꺼꾸리다. 나의 아버님 또래로 어른들이 꺼꾸리네라고 하셨지 우리들은 감히 어른이라서 그렇게 불러보지 않았다. 그분이 태어나실 때 거꾸로 나오셨다 해서 이름이 꺼꾸리로 일생 동안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생명처럼 아끼고 그 책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거룩 글(聖書)이 있는데 그 큰 책에도 쌍둥이가 날 때 먼저 나온 아이 발꿈치를 잡고 따라 나온 이야기도 있다. 30년 전 의사인 친구가 산부인과를 다녀오더니 아이가 거꾸로 돌아섰다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아무 소리 말고 다른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더니 다른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일부 못된 의사들이 자기 권위 세우려고 수작을 부렸던지 다른 병원에 가는 동안 바로 돌아누웠는지 그런 일이 있었다.

아이가 거꾸로 나왔다는 이야기는 옛날에도 많이 들었다. 오히려 거꾸로 나오면 날 때부터 다른 사람이라고, 크게 일할 사람이라고 위로해줬다. 종합병원 산부인과가 없는 시절에도 발꿈치를 잡고 따라 나오고 했다.

그 꺼꾸리씨 아드님 이름은 이렇다. 큰아들 이름은 방록이 둘째 이름은 정록이 셋째 이름은 치깐새다. 방에서 낳았다 해서 방록이, 정재서 낳았다 해서 정록이, 칙간(廁間)에서 낳았다 해서 치깐새다. 정재는 표준말로 부엌이다. 요즘은 주방이고 싱크대 앞이지만 옛날에는 아궁이가 있고 살강이 있고 우둘투둘한 흙바닥이 있는 곳이 부엌이다. 옆으로 땔나무가 쌓여있고 물항아리가 있고 솥이 두세 개 걸려있는 곳이다. 이곳이 산실이었다. 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만삭된 몸으로 밥 짓다 배가 약간 아프다가 그대로 무통분만으로 낳았던 것이다. 집안에 문장도 없고 한문도 모르고 그냥 정재서 낳았기에 정록이라고 부른 것이다. 나이가 나보다 3-4세 위였다. 그 다음 치깐새가 있다. 나보다 좀 나이가 어렸던 것 같다. 그때는 서민들은 나이 몇 년 가지고 선후배 따지지 않았다. 형이 없으면 12살까지 막 트고 지냈던 것이다. 어른 아이를 몰라본다고 하지만 10년 전후로 그냥 대충 트고 지낸 것이 무척 좋았고 자유스러웠다. 학교가 생기면서 1년 가지고 어른 아이, 선후배 따지고 재수하다 1년 늦게 들어가면 선후배 더 따지고 어린이가 형 노릇, 언니 노릇한다. 그 후 군대가 생기면서 하루 먼저 온 사람들이 군기잡고 어린 고참이 고참 신참 더 따진다. 형무소서 먼저 온 사람이 어른이다. 그러나 나는 어릴 적 학교도 군대도 형무소도 모르고 그냥 대충 막 놀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치깐은 원래 칙간(측간)이다. 변소가 아니고 뒷간인데 가느다란 기둥 세게 묶어세우고 여기다 풀이나 짚을 엮어 두르고 앞에는 헌 가마니를 매달아 놓아 걷고 드나들었다. 그러나 기둥 네 개 세우면 도리 중방 상량 모두 필요하다. 집이 된다. 사각집은 단칸이라도 변소에 가깝다. 측간 안에 똥을 쌓아도 엉덩이가 닿지 않을 만큼의 높이 되는 돌 두 개를 놓고 그곳에서 큰 변을 보았다. 앞에는 부엌 재를 쌓아놓고 똥을 싼 후에 헌 삽이나 나무가래로 덮어서 뒤로 치우면 되는 것이다. 이 칙간이 바로 서민들의 산실이었던 것이다. 기둥 네 개 세우거나 아니면 행랑채에 붙여 지은 곳은 안에 큰 독을 묻고 그 위에 널판자 두 개 놓았는데 이것은 변소다. 똥통을 묻어놓은 곳이다. 이 변소는 약간 여유가 있는 집사랑채에서 남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만산인 산모들은 이 변소에 가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다.

나의 큰집엔 사랑채와 안채가 따로 있었다. 사랑채의 변소는 사랑방 손님이 많으니 큰 독을 묻어 두었고 내가 어릴 때는 시멘트로 크게 통을 만들었다. 그런데 안채는 변소라기보다는 그냥 돌 두 개를 놓고 재쌓아 놓은 곳이었다. 부잣집 다녀보아도 주로 여인들이 사용한 변소는 모두가 그랬다. 급할 때 서민들의 행랑채 산부인과 칙간 1호 산실이었던 것이다. 칙간에서 애 낳았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으나 내가 마지막 겪은 것은 약 25년 전이다. 큰 댁 형님이 집을 짓는다 하셔서 도와드리는 중에 고향집을 지어드리던 중 상량하고 서까래 걸던 중 담 너머서 갑자기 애기 울음소리가 나고 큰 집 형수씨 웃음소리가 요란했다. 장숙이가 칙간에서 애기 낳았다 아들 낳았다고 기쁨과 웃음이 겹치고 애기 울음소리도 우렁차고 이웃여자들이 모여 웃고 애기는 울고 했으나 큰 화젯거리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서민사회에서 자주 있었던 일이었으나 그때가 마지막이었고 이제는 애 낳을 칙간도 없어지고 싱크대 옆에까지 변기가 오고 또 낳기 전부터 산부인과 찾게 되니 아쉬움만 남는다.

그 다음 방록이다. 방에서 낳았다 해서 방록이다. 방에서 낳는 것이 당연지사인데 왜 이름까지 방록인가 할 것이다. 서민들의 산실이 따로 있거나 늘 산파가 거들어 준 것도 아니고, 산전 통증도 없고 아무 곳이나 아이를 낳던 시절이다. 밭에서 김매다 밭고랑에서 낳고 밭둑에다 누여놓고 매던 밭마저 매고 애기 안고 집에 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꺼꾸리네 집은 대대로 방에서 어린애 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집안이라서 방에서 애를 낳은 것이 특별했을 것이다. 이름까지 방록이라고 지었는데 ‘최씨 집’이라기보다는 ‘최가네 집’은 서민이어서 일을 많이 했고 집안이 건강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서민들 수탈하고 편히 사는 양반 집안이 아니고 건강하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가난하게 살던 가문으로 칭찬하고 싶다.

5) 철모르는 것(6)

흔히 ‘철모르는’, 철딱서니 없는’, ‘철모르는’, ‘언제 철들까’하는 말을 쓴다. 실수를 하고 사과할 적에 철모르고 그랬다고 하며, 옆 사람이 화해시킬 적에도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랬노라고 철모르는 아이들이니 이해하라고 하면 너그럽게 용서해준다. 철든 어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본인들도 서운하게 생각지 않는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에게만 허용된다. 또 아이들이라도 그 나이에 적합한 철이 있다. 한두 살 적에는 똥오줌을 아무데나 싸고 다녀도 철이 없으니 모두 봐준다. 그렇지만 세 네 살이 되어서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면 그 때는 받아주지 않는다. 세 살, 네 살이라도 그에 맞는 철이 있다.

4․19 때 자유당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고등학생들이었다. 그 철없는 고등학생들이 부정부패가 만연한 자유당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철이 없어서가 아니다. 철이 너무 빨리 들었던 것이다. 유관순열사가 일제 하에 독립운동을 한 것은 철없이 날뛰는 소녀이어서가 아니라 철이 일찍 든 애국지사였던 것이다. 70년대 대학생들이 정의를 외치며 서슬 퍼런 독재에 대항할 때도 철없는 학생들이라고 훈방조치 했지만 엄격히 따지면 철이 없는 것은 어른들, 정치 잘못한 정치인들이었다.

우리 집에 바보들이 많이 산다. ‘바보’라고 우리말을 쓰면 욕한다고 하겠지만 바보는 바보다. 바보를 보고 ‘정박아, 정신지체’ 하면 조금 나은 말 같으나 한문으로 쓰인 글이어서 얼른 알아듣지 못한 탓이거니와 나이가 30세가 넘은 이들에게 정박아, 저능아라고 할 수가 없고 정박어른, 저능어른이라 부르기도 그렇다. 뭐 외국말로 다운증후군 어쩌고 하는 말은 멀쩡한 우리말 두고 외국말 배워야 되니 하기도 싫다. 문둥병환자들도 그렇다. 피부병이 오래되고 짓무르면 문둥병이다. 문둥병환자더러 ‘문둥’이라고 하면 욕한다고 뺨 맞는다. 그래서 뺨 안 맞으려고 ‘나병환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병도 듣기 싫다고 미국문화가 들어오면서 한센스 어쩌고 하며 부른다.

똑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한다. ‘미국말’로 하면 괜찮고 ‘한문’을 따서 하면 중간쯤 가고 ‘우리말’로 하면 욕한다고 발길질하고 욕하는 철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 바보들은 날마다 사건을 저지른다. 오늘은 고추를 뽑아 나르는데 시금치 밭으로 손수레를 끌고 다닌 것을 늦게 알았다. 며칠 전에는 풀을 베어 놓고 사슴 갖다 주라고 하고 잠깐 돌아섰더니 잘 열린 박 넝쿨을 뽑아다 사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사슴 먹일 풀을 하러 다니면서 낫을 가지고 가서 매일 잃어버리고 오는데 사슴풀보다 낫값이 더 든다. 여름에 겨울잠바 입고 나오는가 하면 한여름에 털신을 꺼내 신고 나온다. 이 모든 것이 다 철모르고 하는 행동으로 바보들이나 하는 것이다.

이제 겨울이 닥쳐온다. 철에 맞추어 옷도 입고 겨울준비를 해야겠다. 무엇보다 김장을 해야 된다. 그런데 여름처럼 배추 몇 포기씩 사서 그때그때 담가 먹거나 신맛이 싫다고 한 겨울 동안 겉절이만 해 먹고 끝내는 이들이 있다. 겨울은 추어야 된다. 겨울을 여름처럼 지내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 겨울에 집안 공기를 여름처럼 해놓고 소매 짧은 옷을 입고 수박, 참외 사다먹고 아이스크림 먹는 것은 안 된다. 철없는 바보들이 하는 짓들이다. 또한 채식한다고 겨울에 여름처럼 푸른 채소 많이 먹으면 안 된다. 겨울에 여름채소 많이 먹으면 몸이 차져서 감기 걸린다.

그 리고 채소 값도 비싸다. 밭에 비닐집 지어 놓고 중동서 기름 사다 난방하고 채소농사 지으니 값이 비싼 것은 당연하지만, 농사꾼들도 영농자금 많이 들고 고생도 심하다. 농작물도 제철이 아닌 때 크려니 병충해도 많다. 소비자들이 찾지 않으면 농사지을 필요가 없다. 다 철 모르는 이들이 겨울에 푸른 채소 찾으며, 철없는 상인들이 물건 대고, 바보 중에 왕바보들이 겨울에 외국에서 기름 실어다 채소농사 짓는다. 무엇보다 열매채소는 안 된다. 수박, 참외, 토마토, 오이, 애호박을 겨울에 찾는 것은 안 된다. 무더운 여름에 몸을 차게 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이다.

겨울에는 말린 채소, 말린 산나물, 무엇보다 그늘에서 잘 말린 무청을 많이 먹어야 잡병을 물리치고 건강히 월동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겨울에는 뿌리채소를 많이 먹어야 된다. 무, 당근, 양파, 도라지, 연근 그리고 잎채소도 말리든지 잘 발효시켜서 먹어야 된다.

이렇게 먹고살아야 철든 사람, 철난 사람이 되고 철인이 된다. 겨울에 물 데워서 실내수영장에서 수영하지 말고 눈 타고 얼음 타고 운동하고 놀자.

2. 얼굴 없는 병, 아토피(7)

지난 연말에 서울 강남에서 유아원을 경영하는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다녀갔다. 3세 미만 아이들 대상으로 하루 종일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놀아주는 일까지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이 모든 아이들에게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모두 강남에 사는 3세 이하의 아이들이다. 건강강의를 하며 돌아다니면서 손 들어보게 하면 강남 100%, 사대문 안 70%, 외곽지역 50%, 지방 중소도시 30%, 농촌 1% 정도의 비율로 다르게 나타났다. 왜 아토피는 물질 문명의 혜택이 풍요로운 도시에서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가?

얼마 전 TV를 통해 아토피를 앓고 있는 젊은이가 긁지 않으려고 손톱을 바짝 자르고 PET병을 팔에 끼우고 자는 모습이 방영되어 그 심각성을 대중에게 알렸다. 아토피가 갑자기 증가 추세에 있는 알레르기 비슷한 현대병쯤으로 여기고 특별한 몇몇 아이들에게만 해당된다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하겠다.

아토피는 아주 새로운 병이다. 아토피는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오염물질이 인간의 대사작용을 교란시켜 일어나는 환경병이다.

1)이상한 알레르기

알레르기나 아토피는 비슷한 말이다. 알레르기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알 에르그(alerg)'로 이상한 작용을 의미하고, 아토피는 ’아토포스(atophos)'로 엉뚱한 곳에 있는, 경우가 틀린 이라는 뜻이다.(8)

사람의 몸은 외부의 변화나 자극에 저항할 수 있는 자체 면역 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물질이 특정한 사람들에게는 천식, 가려움증, 배탈 등을 일으키게 하는데 이러한 반응을 알레르기라고 한다. 예를 들어 꽃가루가 날리는 철에 유난히 콧물을 흘리고 재채기를 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점점 더 이상한 현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떤 특정한 원인도 없는데 알레르기와 비슷한 증세가 일어나는 것이다. 꽃가루가 날리는 철도 아니고, 카펫도 안 쓰고, 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알레르기 증세가 나타나 늘 코가 막혀 있거나 피부에 발진이 생기면서 가렵고 재채기가 끊이지 않는가 하면 항상 설사기가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기존의 알레르기 이론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이상한 증세’를 아토피라는 말로 일반화된 것이다. 그러니까 아토피는 알레르기 증세 중에서도 도대체 왜 일어나는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한 알레르기라는 뜻에서 생겨난 말이다.

아토피는 피부염과 그런 증세와 동반하는 천식, 비염, 장염을 결합한 질환이다. 그러나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임상과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정서불안, 집중력저하, 우울증 등 정신적 증세까지 동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 몸은 호흡, 먹을거리, 피부를 통해 생명유지에 필요한 물질을 받아들이고 병균을 비롯한 유해물질도 들어온다. 우리 몸에 필요한 화학물질 중 대표적인 것이 영양소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먹는 음식물은 입과 위장을 지나면서 잘게 부숴지고 침과 각종 소화효소를 통해 분해되고 간과 장을 지나면서 필요한 영양소로 흡수되고 해로운 물질은 분해해서 배설한다. 이 때, 유해화학 물질을 알아채는 것이 면역세포이고 병균과 유해화학물질을 찾아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을 통틀어 면역과정이라고 한다.

아 토피는 알레르기 반응, 즉 면역의 과민반응이 일상적, 만성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건강한 사람은 웬만한 외부의 공격에도 좀 아프거나 쫓아내면 다시 평상의 상태로 돌아간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유해물질의 양이 너무 많거나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온전하지 못한 경우 사소한 유해물질에도 방어하지 못하게 된다.

오늘날의 유해 화학물질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한 두 세대 전에 기생충이 지녔던 화학물질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 몸은 늘 비상사태인 셈이고, 늘 아토피증상으로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토피는 유해 화학물질이 많은 도시지역에서, 많은 외부 공격으로부터 항체를 갖지 못한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2) 아이가 흙을 피한다(兒 土 避)

환경오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빨리 진행됐다. 영국에서 300년~400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차근차근 이루어진 산업화를 우리는 50년 만에 해치웠기 때문이다. 50년 전에는 아주 원시적인 삶을 살았었다. 밥도 나무나 볏 집을 태워 해 먹었다. 처음 석유난로를 구경한 것이 10대 때였고 1980년에 우리 마을에서 최초로 무연탄을 사용했다. 1987년에는 가스렌즈를 살까말까 몇 달간 회의 끝에 장만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국적으로 가스렌즈를 사용하지 않는 집이 거의 없을 것이다. 모든 생활이 그렇다. 내가 1980년도에 운전면허증 땄는데 그때 우리 마을 에서는 내가 혼자였다. 내 일생에 차를 사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남의 차라도 운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면허시험 보았다. 그런데 지금은 차 없는 가정이 없을 정도이고 식구마다 차를 가지고 있는 집도 있다. 이렇게 급속도로 빠르게 발전하였으니 서서히 환경오염이 되는 나라에 비해서 알지 못했던 새로운 병들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오염되지 않았던 역사가 무척 길었고 나라 전체가 갑자기 오염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말하자면 20~30년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토피는 환경병이다.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 올바른 치료법을 찾아 낼 수가 없다. 현대의학은 지금 도전을 받고 있다. 아무리 항생제를 써도 낫지 않는 병, 온몸에 증세가 번갈아 가며 생기다 말다 하는 이상한 병, 바로 아토피가 도전자이다. 18세기, 19세기, 20세기와는 전혀 다른 우리의 생활에서 새로운 병이 생기고 있으니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원리로써 이 병을 풀어가야 한다.

학식이 많고 교양이 넘쳐나는 이들도 긁으며 고생하고 있다. 시골 농사꾼의 흙투성이 자녀들에게는 거의 없고, 도시의 빌딩 숲 속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병원균을 찾아내어 치료하는 이들의 자녀에게 더 많다. 우리말로 억지로 번역하면 아토피(兒土避), 아이가 흙을 피하는 것에서 유래된 말 같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적에 산모가 흙을 가까이 하고 흙에서 직접 나온 음식을 먹어야겠다. 가령, 그렇게 태어났다 해도 젖먹일 때부터라도 아이를 위해서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자기들 편리한 것 다 찾고 병 고칠 생각은 말아야겠다. 지난 연말에 젊은 부부 두 쌍이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 자고 갔다. 이들 역시 아이들이 아토피 체질이라서 농촌으로 이사해 생활하니 괜찮다고 했다. 흙을 밟고 직접 농사지은 것으로 신선한 음식을 먹고 숨쉬니 그런 것이다.

아토피를 치료하려면 의․식․주를 같이 바꾸어야 된다. 옛날에 없었던 병인데 앞에도 말했지만 강남에서는 어느 유아원 아이 100%가 모두 아토피, 알레르기 증세라니 놀랄 일이다. 앞으로는 태어난 아이가 장애아냐, 정박아냐, 뇌성마비냐 따질 것이 아니고 아토피 환자냐, 아니냐를 먼저 보게 될 것이다. 보나마나 모두 아토피로 태어난다고 보겠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문제는 첫째, 대기 오염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매연, 분진, 방충제, 제초제, 살균소독제 등이 원인이다. 둘째, 먹을거리 오염이다. 식품첨가물, 잔류 농약, 방부제, 성장호르몬, 수질오염(잔류 염소) 등이 원인이다. 셋째, 주거환경의 변화이다. 밀폐성, 건축자재, 합성 인테리어 자재, 도료, 본드, 실내 취사 등이 원인이다. 넷째, 생활양식의 변화이다. 냉난방 완비, 애완동물의 실내 사육, 카펫 사용, 늦게 자고 깨는 습관 등이다. 다섯째, 식생활의 서구화이다. 고단백, 고지방, 고칼로리 식사,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의 증가이다. 여섯째, 사회적 스트레스이다. 학교, 직장, 가정 내 스트레스와 컴퓨터 등 기계관련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일곱째, 면역 체계가 총체적으로 깨지는 불균형한 생활이다.(9)

의․식․주 중에서 우선 주거는 건축자재들이 대부분 석유제품이라서 문제다. 건축자재는 사람이 먹어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지어야 된다. 목재, 짚, 기와, 흙, 돌 모두 먹어도 괜찮다. 석유제품을 이용한 건축자재, 가구 모두가 兒土避다. 그리고 애완동물을 들 수 있겠다. 집안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도 흙을 피하니 모두 피부병과 스트레스로 고생한다. 그리고 주거와 관련해서 대기오염물을 많이 품어내는 염색공장, 화공약품을 다루는 곳도 피해야 되겠다. 물론 이런 곳에서 아무렇게나 살아도 이상 없는 건강한 아이들도 있다.

아토피의 경우 특히 입고 사는 것부터 바꾸어야 된다. 먹어도 이상이 없는 직물을 입고 살아야 된다. 가령, 목화, 삼, 모시, 양털, 가죽, 명주 모두 먹어도 해가 없다. 정 어려우면 속옷이라도 그렇게 해야 되고 특히 잠옷은 화학섬유는 안 된다. 침구 역시 화학섬유에서 벗어나야 되고 화장품도 마찬가지고 세제 또한 합성세제는 쓰지 말아야 된다. 피부를 통해서 들어오면 피부 발진이나 두드러기가 생기고, 호흡으로 들어오면 콧물이나 재채기, 기침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피부염, 비염, 심한 기침, 장염 등을 아토피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차멀미나 살충제도 인한 편두통, 심한 발작, 가벼운 육체적 통증을 포함해 모두 ‘화학물질과민증’으로 똑같이 인식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문제이다. 살림살이 중요도 순으로 ‘의식주’가 아니라 ‘식의주’라 해야겠다. 산모 때 잘못 먹은 것은 그만두고 젖먹이 아이를 가진 어머니가 아무것이나 먹으면 아이 병 못 고친다. 철저히 옛날에 보았던 음식만 먹고 옛날에 있었어도 고기류는 적게 먹어야 된다. 아이증세 보아가면서 어머니가 음식 먹으면 간단하다.

그리고 밥 먹을 때 되면 밥을 먹여야지 간식만 시키면 안 된다. 요즈음은 간식이 주식이 된 식생활이 되었다. 어떠한 간식도 먹이지 말고 밥만 먹여 봐라! 왜 아이가 긁고 울겠는가? 음식 이름이 우리말로 되어 있는 것을 먹이자. 음식이름이 외국말로 되어 있는 것, 말하자면 밀크,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켄터키치킨, 마요네즈, 햄버거, 계란프라이, 덴뿌라, 피자, 스넥, 카스테라 등이다.

아 토피는 약물에서 오는 수가 있다. 효과 없는 약은 먹지 말자.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일시 멈추게 하는 식으로는 치료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아토피증세가 있는 것은 다행이다. 면역기능이 살아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 면역 기능마저 잃으면 암과 같이 위험한 병이 되기 쉽다.

무엇보다도 발효식품을 먹지 않는데서 생긴 증세다. 모든 발효식품이 무슨 독이든 해독을 시킨다.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모든 기름을 먹지 말았으면 한다. 꼭 필요하다면 들기름, 참기름 정도면 좋겠다. 식용유가 들어간 어떤 음식이라도 삼가 하여 보자.

내가 3년째 건강교실을 여는데 아토피 환자들이 많이 온다. 처음에는 2박3일로 하다가 3박4일로 날짜를 늘렸다. 완전 자연식으로 식생활을 바꾸고 4일째가 되면 가려운 증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여름에도 긴 옷 입고 온 사람들이 3일이 되면 반소매입고 돌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