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16. 13:02
우리 문화와 사대문 --- 김선규 님
2008. 9. 16. 13:02 in 주제별 자료모음/신학 / 사상
우리 문화와 사대문Category :: 생각들 |
다들 아시겠지만 요즘 저는 TOEFL학원을 다닙니다.
네 과목을 듣는 종합반인데, Reading과 Listening은 매일 수업이 있고,
Grammer하고 Writing은 격일로 수업이 있지요.
이 수업들 중에서 Listening 수업의 선생님은 우리 나라, 현재 정치, 사회 문제 등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듯 합니다. 수업시간 마다, 광우병이니 명박이 아저씨니 하는 얘기를 하거든요. 오늘은 숭례문 얘기를 하시면서 우리 문화의 자랑스러움을 강조하시더군요. 사실, 우리 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우리 문화 킹왕짱이다 라고 말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그 자랑스러움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크기로 하자니 자금성이나 베르사유 궁전에 안되고, 오래된 걸로 얘기하자니, 중동에 있는 애들한테 안되고, 우린 그래도 조낸 아릅답다라고 주장하자니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이러니 마음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한데 표현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는 것이죠.
사실 이게 당연한 일입니다. 볼 줄을 모르니 설명을 할 수가 없는거죠. 우리 문화는 은근한 멋이 특징입니다. 내가 열 가지 말하고 싶은게 있으면 그 중 하나, 두 개만 툭 하고 꺼내놓는 식입니다. 그 단서
돈만 꿔달라고 부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보낼 때 술도 한 병 같이 보내라고 합니다. 이 편지를 받은 친구는 술은 빼고 돈만 보내면서 이렇게 답을 합니다. "세상에 양주의 학이란 없는 법이지요"
바로 요게 묘미입니다. 이 친구가 말한 "양주의 학"이 뭔지를 알아야 수준있는 대화가 되는겁니다. "양주의 학"은 유래가 이렇습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서로 소원을 말하는데, 어떤 이는 돈을 벌기를 원하고, 어떤 이는 양주의 지사가 되기를 원하고 (양주는 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 중에 하나지요, 운하가 있어서 뒷돈도 많이 들어오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저 친구는 요즘 말로 하자면 서울 시장 하고 싶다는 얘기지요), 또 어떤 이는 학을 타고 하늘로 오르고 싶다 (신선이 되고 싶단 얘기겠죠?)고 얘기합니다. 그러자 마지막 친구가 말하길, 난 10만관의 돈을 허리에 차고, 학에 올라 앉아 양주의 하늘로 오르고 싶다고 얘기를 합니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싶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양주의 학이란 세상에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건 없다는 말이지요. 결국 돈은 꿔줄테니 술은 다음에 마셔라란 뜻이 되는 거지요.
숭례문도 마찬가지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숭례문은 물론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건물이지만, 그 아름다움보다는 그 뜻이 더 멋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사대문은 동양적인 이상을 구현하고 있는데, 그 숨은 의미를 곱씹어 볼수록 선조들의 멋스러움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동양에서, 특히 유교적인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이상은 다섯 가지로 요약이 되는데 이걸 일컬어 '오상(五常)이라고 합니다. 흔히 얘기하는 '仁', '義', '禮', '知', '信' 이지요, 이걸 조금 더 확대시키면, 캡핀 플레닛의 나무, 쇠, 불, 물, 흙이 되고, 푸른색, 붉은색, 흰색, 검은색, 누런색이 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되고,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걸 가지고 우리 나라의 사대문을 살펴보면 이렇게 됩니다.
먼저, 흥인문(興仁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짊을 나타내는 문입니다. 방위상으로는 동쪽이고, 색깔은 청색이며, 계절로는 봄이 되닙니다. 사람의 일생으로 보자면 어린 아이의 시절이죠. 그럼 왜 동대문을 어짊을 일으키는 문이라고 했을까요? 봄이 되면 모든 생명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10달의 기다림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옵니다. 어질다라는 것은 보살핌을 나타냅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살핌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만물의 소생을 보살핀다는 뜻에서 어짊을 일으킨다라고 한 것입니다. 봄의 가장 특징적인 색은 그래서 청색이고, 오행상으로는 나무와 짝을 이루는 것입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천지는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수풀이 무성해지고, 풀들은 꽃을 피우고, 온갖 곤충들이 애벌레에서 성체로 변합니다. 사람은 어린아이에서 벗어나 청소년기로 들어섭니다.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개념입니다. 우리가 매일 요즘 애들 욕하는 이유가 뭡니까? 개념없다는 것이지 않습니까? 인간 말고는 모든 천지만물이 개념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나무와 풀과 동물과 곤충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성장하지만 정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자라야 할 만큼 자라고, 제 때에 태어나고, 제 때에 열매를 맺습니다. 그래서 남대문을 숭례문(崇禮門)이라고 합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정도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예를 숭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내 안에 힘이 가득하기 때문에 계절로는 여름이고, 가장 에너지가 많은 남쪽이 그 방위이고, 뜨거움을 상징하는 불과 어울립니다. 당연히 어울리는 색은 붉은 색이지요.
가을이 되면 자신이 봄, 여름 동안 한 일을 가지고 평가를 받습니다. 가을은 평가의 계절이고, 옳고 그름을 나누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서대문은 돈의문(敦義門)이라고 합니다. 의로움을 도탑게 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아직 이 나이가 안되봐서 잘은 모르지만, 인생의 가을, 즉 중년이 되면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이 의로움, 옮고 그름을 가리는 냉철함이 아닐까합니다. 그 전에는 사실 뭔가 부정을 저지를 위치가 아니기 쉽지요.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되고 힘이 있어야 비로서 딴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방위로는 서쪽이고, 색은 희며, 오행 중에는 가장 날카롭고 단단한 쇠와 연결이 됩니다.
겨울은 내년 봄을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을 이해해야만 비로서 대비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겨울을 상징하는 북대문은 홍지문(弘智門)이라고 합니다. 지식이 넓어지는 문이라고 한 것인 이때 비로서 인생의 모든 시기를 거쳐 비로서 자신의 세계가 넓어지고, 사물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혜를 뜻하는 물과 어울리고, 깊음을 뜻하는 검은색과 짝이됩니다. 방위는 북쪽이지요.
우리 선조들은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것이 '믿음'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가운데 자리에는 '信'이 오게 됩니다. 사계절이 수천년 동안 끊임없이 계속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가장 중심에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믿음은 오행 중에는 가장 근본인 땅에 해당이 되고, 누른색이 이것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황제만이 누른색옷을 입을 수가 있었습니다. 나라의 근본을 상징하는 황제만이 입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런 상징성때문에, 사대문 중앙에 바로 보신각(普信閣)이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문화는 그 이면을 이해해야만, 그 상징성을 이해해야만 비로서 그 진가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문화를 배우고 익힐 필요가 있는 것이죠. 우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다른 문화를 이해하겠습니까? 우리 문화를 존중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문화를 존중하겠습니까? 좀 배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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